심장이 터지기 전 / 愛月 김은영
고독이 쓰리다 못해
기다림에 지친 서리가
하얗게 내린 사랑하는 남편의 머리
생계를 위한
싸움에서 졸린 눈 비비며
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른다.
밤새 찌든 발 냄새 풍기고
어제 나갔던 차림에 묵은 니코틴 향
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온 남편
잠과 씨름한 미안함 의식하며
삶의 애착 뒤로하고 수면 위한 샤워를 한다.
이 악물고 참고 견디어 내는 것만이
긴 밤 등에 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
한마디 지껄여 보지만 먹고 살라면
어쩔 수 없다고 토를 달아내는 남편
한계가 다다른 듯 컴퓨터의 의존해
지친 몸 쇼핑의 즐거움으로 그나마 달래보지만
눈꼬리는 하늘로 치솟아 견딜 수가 없다
한마디 잔소리로 가정이 편해질 것이냐
시끄럽게 하여 생업을 전환하느냐
세치의 혀로 인해 엎치락뒤치락해지는데
참을 인을 세 번 마음속에 새기며
억지의 현명함을 쓴 미소로 바꾸어 본다.
밤새 잠 못 자고 돈버는 나는
좋아서 이 짓하냐고
푸념 아닌 반색을 하는 넋두리 듣는 순간
차라리 이 한 몸 희생하자
침대에 들어간지 5분도 안되어
코고는 소리 방안을 진동하는데
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에
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|